혼자 살면 무슨 재민겨?

55세쯤에 새로 시작해 볼까?

파라오배 2015. 12. 4. 17:44

100세 시대다.

아버지는 80넘어 돌아가셨지만, 지난달 팔순을 넘으신 어머니는 여전히 건강하시다.

아마도 90세 이상은 거뜬히 건강하게 지내실 듯 하다.

나 또한 큰 사고나 큰 병이 없으면 90세 이상은 살지 않겠나 싶다. 지금이 100세의 거의 반환점이다.

나이 50이 다 되었으니 많이 살았다 싶은데도 다시 생각해 보니 한참이나 남았다.

나는 공무원이니 정년까지 가면 63세가 된다. 그러고도 30년이라는 시간이 남는다.

가끔 인문학 강의하면서 하는 말이지만, 인생의 1/3이 더 남는거다.

뭘 하고 살까?

열심히 일 했으니 그 남은 기간 동안은 좀 편하게 쉬면 좋을 것 같긴한데 그 기간이 자그마치 30년이다.

등산 다니고, 가끔 골프치고, 해외 여행도 가고, 노인대학에 등록해서 좀 이쁘게 늙은 할멈도 만나고?

그러지 싶은데 그러기에는 너무 긴 시간이다.

그렇다고 정년 후에 뭔가를 다시 시작한다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정년 후에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많은 사람들이 실패한다고 한다. 그러니 목돈 만들지 말고 매달 연금이나 꼬박꼬박 타서 살라고들 한다.

그래볼까?

고향에서 남들도 쬐끔 부러워하는 교감 자리 박차고 힘들다는 교육부로 다시 온 나를 두고 사람들이 그런다. 뭔가 큰 뜻을 품은게 아니냐고.

세상엔 잘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고 하는 소리다.

한 때의 그런 '큰 뜻'도 세월에 따라 풍화되는 듯 하다.

김훈은 슬픔도 풍화된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게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걸 서서히 알게 되는 것도 나이들어감의 덤이다.

앞으로 7~8년 정도 열심히 일하고, 교장도 한 번 해 보고 55세 쯤에 새로운 길을 시작하는 건 어떨까.

시내에서 좀 벗어난 변두리에 2층 집을 짓는거다.

2층엔 살림집을 들이고, 아랫층에는 그리 크지 않는 커피점을 낼거다.

나는 커피를 만들고, 아내는 과자나 빵을 만들어 낸다. 손님이 오면 팔고, 안 오면...우리가 먹고^^

한 달에 두 번 정도는 콘서트를 열거다.

소소한 인문학 특강도 하고, 음악하는 후배들도 함께하는 작은 콘서트를.

1주일에 4일만 가게를 열고, 1년엔 1달은 휴업을 할거다.

와타나베 이타루의 시골빵집처럼 말이다.

그땐 여행도 다니고, 손자손녀랑 놀러도 다니고. 지들 엄마아빠가 먹지 못하게 하는 콜라도 막 사 줄거다.

 

읽고 싶은 책들 실컷 읽고, 그러다가 글쓰고 싶으면 쓰고.

10년에 1권 정도 책을 내는거다. <커피점 주인이 50대에 읽은 책>, <커피점 배씨가 60대에 읽은 책>...가끔 찾아오는 후배들에게 강매도 하고^^

그렇게는 한 30년 살 수 있겠지 싶다.

아, 그러고 살고 싶다.

그럴 용기가 아직 나에게 남아 있기는 한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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