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살면 무슨 재민겨?

두통

파라오배 2015. 10. 10. 22:35

응급실에 가서 진찰을 받고, CT 촬영을 하고, 진통제 처방을 받고 두 어시간을 누웠다 오니 훨씬 나아졌다.

처음 겪어 보는 극심한 두통이었다.

무엇 때문인지는 나도 모르고 의사도 모른다고 했다.

 

모처럼 조조할인 영화를 봤다. 맷 데이먼 주연의 '마션'. 영화가 절반쯤 지나고 나서부터 두통이 시작됐다. 화성과 우주비행선 그런 것들에 너무 동화된 탓인가?

영화를 마치고 나와서는 아예 정신이 없었다. 두통이 너무 심해 빨리 집에가서 두통약을 먹는다는 일념뿐이었다. 차에서 내려 주차도 하지 않고 집으로 뛰어 들어가 약을 먹었다. 가끔 두통이 있을 때 약 한 알을 먹고 나면 깨끗이 나았었는데 이번에 차도가 전혀 없었다.

 

약을 먹고 1시간 여를 자고 난 후 아내의 강권에 못이긴 척 병원을 찾아갔다. 동네 의원은 이미 문을 닫아, 할 수 없이 큰 병원 응급실로 갔다.

예전 같으면 시간이 좀 지나면 괜찮을거라 생각했을텐데 나이를 먹은 탓인지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몇 해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도 뇌졸증이셨고, 또 최근에 혈압이 높게 나와 마음이 편칠않았다. 머리가 이렇게 아픈건 아무래도 머리 안에 이상이 생긴게 틀림없을거라는 우려가 자꾸만 확신으로 굳어졌다. 다음주는 내내 출장이라 병원을 갈 틈이 없고, 계속되는 두통을 그냥 견딜 수도 없었다.

 

다행히 검사상으로는 별 이상이 없다고 한다. 머리카락 밀고 수술을 하는 상상을 했었는데 아무튼 다행이다. 자동 혈압계로 잰 수치는 다소 높게 나왔지만 수동으로 다시 재어 보니 거의 정상수준이다.

아내는 아침 저녁으로 문자를 보내라고 한다. 세종시에 혼자 살다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 괜히 간 건 아니냐고 걱정이 태산이다. 과음하지 말고 운동하라고 잔소리도 한다. 그 소리에 걱정말라고 큰소리로 반박하지 못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세월 탓이다.

 

비오고 난 뒤, 기온이 더 떨어질거라고 한다. 가을이 오나 했더니 언제나 처럼 얼마 머무르지 않고 서둘러 떠나려는 모양이다. 계절의 가고 옴이 이제 몸 속으로 깊이 들어왔다 간다. 그냥 가는 것이 아니라 얇게 또는 깊게 흔적을 남긴다.

언제쯤이면 순응하며 살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