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살면 무슨 재민겨?

나의 리추얼(ritual)

파라오배 2011. 6. 30. 17:06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에서 김정운 교수는 리추얼에 대해 여러 곳에서 언급한다.

영한 사전에서는 ‘종교적 의식’으로 번역해 놓았다. 저자는 일상에서 반복되는 일정한 행동패턴이라고 한다. 습관과 리추얼은 형태상 같은 현상이지만 리추얼은 일정한 정서적 반응과 의미부여의 과정이 동반되는 점이 다르다.

 

나에게도 리추얼이 있는가?

 

만년필과 원두커피다.

저자가 가진 대나무로 만든 만년필에 비길 바는 아니지만 하나있는 몇 만원짜리 만년필을 아침마다 꼭 챙겨 나온다.

요즘엔 종이 위에 바로 글을 쓰는 경우는 간단한 메모 외에는 잘 없다. 그래서 그런지 반 페이지 정도의 글을 써 내려가면 벌서 팔이 아프다. 손목이 아파서 글씨도 이상하게 된다.

만년필로 글을 쓰면 신기하게도 한참 동안이나 글을 쓸 수 있다. 다른 펜으로 쓸 때 보다도 생각이 더 잘 나는 것 같다.

아침에 만년필을 어디 뒀는지 몰라 가져 나오지 못한 날엔 왠지 불안하고 종이 위에 글을 쓰는 일은 거의 없어진다.

가끔 커피숍에 앉아 메모지에 만년필로 낙서를 하다보면 시라도 한편 쓸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시를 써 본지가 언제인지 모르지만^^

책을 읽다가 마눌에게 문자를 보냈다. 이번 크리스마스에 받고 싶은 선물이 있다고... 좀 비싼 만년필을 하나 사달랬다. ㅋㅋ


아침마다 원두커피를 챙겨나온다.

사실 내가 챙긴다기 보다는 나보다 항상 먼저 일어나는 아내가 챙겨준다. 커피전문점에서 산 원두를 수동 분쇄기로 갈아서 커피메이커로 걸러내는 게 전부다.

아내 따라 마트에 갔을 때 커피 분쇄기를 보고서는 아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사 왔다.

손잡이 연결 못이 닳아 공구함에서 꺼낸 못을 임시로 끼워 놨는데 아직 쓸만하다.

가끔은 내가 직접 하기도 하는데 원두커피 갈리는 소리, 찐한 커피향을 맡으면 행복해진다.

아침마다 내린 커피를 마트에서 구입한 커피병에 가득 담아서 온다.

지난해 걸어서 출근하면서 경남신문사 아래에 새로 생긴 커피점에서 아메리카노를 사 들고 다니면서 입에 맛이 벤 모양이다.

요즘엔 날씨가 더워 뜨거운 커피맛이 덜하긴 하지만...


책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으면 슬퍼지는 이유가 ‘함께 했던 리추얼’이 사라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금실 좋은 노부부가 함게 지내다 할머니가 먼저 죽으면 할아버지는 평균 6개월 이내에 다 죽는단다. 그러나 할아버지가 먼저 죽으면 할머니는 평균 4년 정도를 더 산다고 한다. 할머니의 리추얼은 할아버지가 없어도 가능한 것이 많다는 것, 삶이 더 풍요롭다는 의미다.


내 삶이 행복해지려면 반복되는 정서적 경험이 풍요로워야 한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항상 '어떻게?'가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