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 어느 장학사님이 사무실에 왔다.
몇 일 뒤, 라디오 방송 인터뷰를 하는데 주제가 행복이란다.
어떤 말을 해야, 어떤 게 행복이라고 해야할 지 자문을 구하러 오신거다.
교육감님 말씀 자료를 쓰시는 정장학사님께서 이것저것 조언을 해 주신다.
가만 듣고 있다가 문득 여러 가지 생각이 났다.
몇 일 들고 있던 고 장영희 교수가 쓴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에 나오는 여러 이야기들
(몇 일 전 책으로 알게된 서강대학교 영문학 교수였던 그녀는 생후 1년 만에 소아마비로 두 다리가 불편해졌고 유방암, 척추암, 간암으로 긴 세월 동안 투병 생활을 하다 올해 세상을 떠났지만, 그녀가 남긴 글들 속에는 작은 행복, 큰 희망이 찐하게 베어있다.)
카이로에서 간간히 자문해 보았던 " 가난하면서도 욕심도 걱정도 없는 저들이 행복한가, 아님 그들보다 잘 사는 우리가 행복한가?" 하는 생각들.
아는체를 했다.
행복이 이런거다, 저런거다 하고 정의하는 말들은 너무 식상할 것 같다고,
장학사님이 살아오면서 행복했다고 느꼈던 그 순간을 이야기 하면서
보통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느끼는 행복을 얘기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고.
그러면서,
그럼 난?
난 지금 행복한가?
행복하다 쪽 보다는 그렇지 않다는 쪽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불행한가? 불행하다고 생각해 본 적도 별로 없었던 것 같다.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다.
지금 내가 사는게 그런 모양이다.
그래서 요즘 좀 힘들다.
특별히 '무엇' 때문이 아니라 그 '무엇'이 없기 때문이다.
조금 전 마지막 장을 넘긴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의 여운과 함께
오늘 오후의 일들이 뒤섞여 머리 속을 헝클어 놓는다.
잠이 쉽게 들지는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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