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살면 무슨 재민겨?

엄지손가락

파라오배 2011. 11. 23. 17:59

<프랑스 조각가 세자르 발다치니의 작품, 엄지손가락>

지난 주말 혼자 계시는 어머니를 창원으로 모셔오기 위해 진주에 갔다.

몇 시쯤 도착한다고 미리 연락을 해 두었더니,

보따리도 싸 놓으시고 가져갈 고추장이랑 젖갈도 준비해 두셨다.

가자고 일어서시면서 마음이 좀 그렇다고 우셨다.

아버지 생각이 나신다고 하시면서...

 

이래저래 정리를 하고 차를 타고 나오면서, 밭에 가서 무우를 빼 가자고 하셨다.

아파트에서 한 30분쯤 걸어가면 고속도로변에 농사를 조금 지어놓으신게 있는데

무우랑 알타리를 좀 가져가시자고 했다.

나 보다는 창원에 사는 여동생네 주고 싶은 마음인 것 같아 귀찮다 안하고 따랐다.

종이 박스를 2개 구해 가서 들고 올 수 있을 만큼만 뽑았는데,

어설프게 하다가 그만 손가락이 미끄러져 엄지손톱 밑을 찔려 피가 났다.

많이 다친건 아니지만 쓰리고 아팠다.

어머니 걱정하실까봐 내색하지 않고 손수건으로 대충 닦고 박스를 들고 나왔다.

 

손톱 밑을 다쳐본 사람은 알겠지만 이게 여간 신경 쓰이는게 아니다.

우선 여러가지로 불편하다.

스마트폰을 쓸 때 홈버튼 누르기가 힘들다.

문자를 할 때도 엄지손가락의 역할이 큰데 따끔거리니 잘 안된다.

와이셔츠 단추를 잠글 때도 어설프지고,

아파트 잠금키 누를 때도 엄지 대신 검지를 쓰면 잘 틀린다.

물론 사무실에 일 할 때 키보드 칠 때의 불편함은 말할 것도 없다.

오늘 아침엔 커피잔을 들면서 또 마우스를 잡으면서 엄지손가락을 일부러 떼어 보았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한번씩 해 보시면 색다른 느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건강할 때 몰랐지만 몸이 아프거나 다쳐보면 그 소중함을 새삼 깨달게 된다.

사람 사이의 관계도 그렇지 않을까?

어느 날 문득, 평소에 연락을 잘 하지 않는 분들이나 후배가 전화를 할 때가 있다.

안부를 묻고 약간 뜸을 들인 후에는 대개 부탁의 얘기를 한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고, 어떤 일 때문에 내가 생각 났다는 건 반가운 일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필요할 때만 찾는구만'하는 약간의 씁쓸함을 느끼기도 한다.

나 또한 많은 다른 이들에게 마찬가지일테고...

 

요즘엔 스마트폰의 사용으로 카톡, 마이피플 등 무료 문자서비스가 널리 보급되었고,

페이스북이나 트윗트 등 소셜 네트워크(SNS)도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덕분에 새해 인사나 명절인사, 승진이나 영전의 축하 인사도 간단히(?)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이런 것들이 흔해져서 문자로 들어오는 새해인사는 반가워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많은 사람들에게 한꺼번에 보내는 문자는 더더욱.

 

평소에 한번씩 소원했던 사람들에게 문자 한 번 보내보자.

날씨가 추워졌으니 건강 조심하라고, 옷 따뜻하게 입고 다니라고 해보자.

연말이나 명절에 보내는 의례적인 인사말보다 훨씬 따뜻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다친 엄지손가락 때문에 불편함을 느끼면서

평소에 생각하지 못했던, 소원했던 분들을 생각해 본다.

오늘 저녁엔 문자 좀 날려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