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살면 무슨 재민겨?

모교 학위수여식에서 축사를 하다

파라오배 2018. 2. 24. 08:46

어제 하루 연가를 내고 진주교대 학위수여식에 다녀왔다. 

졸업생에게 축사를 해 주면 좋겠다는 최문성 총장님의 전화에 ‘내가 무슨...’이라는 고민을 했지만 결국 수락했다.

영광스럽고 흐뭇한 시간이었다.


내가 전한 메시지는 두 가지다.

어떻게 살 것인가라고 질문하라.

머리에서 가슴으로 여행하라. 

책 <책의 이끌림> 프롤로그와 본문에 있는 내용들이다.


27년 전의 그 때 그 교수님들도 몇 분 뵀고,

주관기 이후, 정겨운 모교 모습도 보고,

긴 겨울을 넘어 선 봄의 기운이 졸업생들 미소에 가득 담긴 것도 보고,

즐겁고 행복했다.


http://www.veritas-a.com/news/articleView.html?idxno=108976





<축 사>

졸업생 여러분

진심으로 졸업을 축하드립니다.


오늘 여러분의 졸업식에서 선배로써 축사를 하게 된 것을 대단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이 영광의 크기만큼이나 저의 교육적 삶이 여러분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지 않을 수는 있겠습니다만, 여러분들보다 먼저 살아 온 선배로서 두 어 가지로 축하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 라고 질문하라


여러분들의 꿈은 무엇인가요?

이제 교사의 길을 걷게 된 여러분 중에는 교사의 꿈을 이루었다고 생각하는 분도 있을 테고, 또는 다른 꿈을 가졌다가 교사가 된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꿈을 단지 ‘직업’으로만 한정지우는 것입니다.


꿈은 ‘무엇이 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살 것인가’가 되어야 합니다.


‘무엇이 될 것인가’라는 질문은 세상의 중심을 ‘나’로 한정합니다. 나 이외의 사람들은 모두 나의 경쟁 상대 일뿐입니다. 그런 ‘나’는 그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존재입니다. 지식을 열심히 외우고, 빠르게 정보를 습득하여, 좋은 학점을 받고, 임용에서 좋은 성적을 얻어 원하는 지역의 학교에 부임하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승진 점수를 모아 교감으로, 또는 교육전문직으로, 그렇게 남들보다 빠르게 승진하는 것에 목표를 두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결국, 직업인으로서의 교육자에 머무르게 됩니다.


반면에, ‘어떻게 살 것인가’는 질문은 세상은 ‘나’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합니다. 나와 다른 이들의 삶이 내 인식의 눈에 들어옵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경쟁 상대가 아니라 친구이고 이웃이며 동료입니다.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기쁨을 함께합니다. 세상은 그렇게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여서 나누고 베풀며 살아가는 공간이라는 것을 알게 합니다.


머리에서 가슴으로 여행하라


고 신영복 선생의 『담론』에는 보석 같은 말들이 참 많습니다. 한겨울 망망대해에서 그물에 걸려 올라오는 은빛 물고기같이 파닥거리는 말들입니다. 그 중에 가장 빛나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먼 여행'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먼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까지라고 합니다.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물리적 거리는 30cm나 될까요? 그 거리가 가장 멀다고 합니다. 이 말을 듣고 가만히 생각해 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머리는 생각, 분석, 논리입니다. 가슴은 애정이고 공감입니다. 머리는 누가 옳고 그른가를 따지고, 나에게 이득이 되는지 해가 되는지를 가늠합니다. 일이 일어난 이유와 원인을 가려 잘잘못을 가립니다. 누구나 할 수 있고, 잘 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가슴은 느낌입니다. 있는 그대로를 보는 눈입니다. 내가 중심이 아니라,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에게 시선을 둡니다. 기쁨과 고통을 함께합니다. 쉽지 않은 일입니다. 공부하고 노력하고 연습한다고 잘할 수 있는 일도 아닙니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자신의 위치를 제대로 알 때에라야 가슴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먼 여행이라고 하나 봅니다.


그런데 이 여행이 가슴에서 멈추면 안 된다고 합니다. 손과 발로의 여행으로 이어져야합니다. 손은 실천적 연대이고, 발은 입장의 동일함입니다. 애정과 공감이 삶의 실천으로 이어지고, 관계망 속에 있는 사람들과 같은 위치에 설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선생은 머리 좋은 것이 마음 좋은 것만 못하고, 마음 좋은 것이 손 좋은 것만 못하고, 손 좋은 것이 발 좋은 것만 못한 법이라고 했습니다. 관찰보다는 애정이, 애정보다는 실천적 연대가, 실천적 연대보다는 입장의 동일함이 더욱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자랑스러운 후배 여러분

여러분의 꿈은 이제 시작입니다.

‘무엇이 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꿈을 꾸고, 그 꿈을 만들어 가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이 오늘 새롭게 시작하는 교육자로서, 사회인으로서의 여행이, 머리에서 가슴까지 그리고 손과 발까지 이어질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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