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살면 무슨 재민겨?

아내의 자리

파라오배 2006. 9. 30. 01:25

이틀 전 부터 아내의 얼굴 빛을 자주 살펴 본다.

부산에 있는 처남에게서 좋지 않은 소식의 전화를 받았기 때문이다.

아내의 친정아버지께서 위독하시단다.

 

목요일 오후에 전화를 받고 급히 비행기표를 예약했다.

아내는 내일 아침 한국을 간다.

친정아버지를 마지막으로 볼지도 모르고,

혹 살아계신 모습을 보지 못할지도 모른다.

장례를 치르고 올 것 같다는 생각을 이미 한 모양이다.

애써 담담한 모습에 마음이 아프다.

 

내일 아침 비행기를 타고 열 몇 시간을 갈 동안,

인천 공항에 내려 부산 집까지 가는 동안에 혼자서 슬퍼할 아내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아파할 때 옆에 있어 주지 못함이, 힘어 되어 주지 못하는 것이 아프다.

 

아내는 온 종일 집안 청소다, 밑반찬 준비다 정신이 없다.

장조림을 한다면 냄비를 올려 놓고는 이불 말리다 죄다 태워 먹는다.

신경 쓰지 말라고, 잘 먹고 잘 있을테니 딴 걱정 말고 다녀 오라고 해도 안심이 안되는 모양이다.

 

하긴 매일 세 끼 밥 해 먹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은 재작년 여름 이미 체험한 바다.

그 땐 그래도 방학이었는데 지금은 완전히 상황이 다르다.

아침 해 먹는 것도 문제지만 두 딸아이 도시락에, 내 도시락까지 챙겨야 하니....

나 스스로도 어떻게 견뎌낼까 걱정이 앞서긴 마찬가지다.

게다가 감기가 오는지 편도가 붓고 몸이 아픈 것도 걱정이다.

제 컨디션으로도 해낼 수 있을까 걱정인데....

 

당장 내일 아침, 엄마의 뒷 모습을 보고 돌아서는 두 딸아이의 마음을 달래 주는 것 부터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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